버려지거나 쉽게 지나치는 대상에도 고유한 성질과 존재감이 있다. 나의 작업은 그러한 대상을 발견하고 오래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된다. 나는 대상이 가진 물성과 형태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성질이 작업 안에서 어떤 구조와 의미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살핀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의 성질을 지우고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갈라짐과 변형, 불규칙함과 불안정함처럼 결함으로 여겨질 수 있는 성질 또한 대상이 가진 정체성일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제거하지 않고, 필요한 요소를 더하거나 쌓고 배열하면서 그 성질이 사라지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Kiwa〉는 목재에서 버려지고 감춰지는 마구리면에서 시작되었다. 갈라지고 깨지기 쉬운 마구리면을 기와처럼 적층하고 나열하는 과정에서 나는 불완전함을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대상이 가진 고유한 성질이자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완전한 형태 역시 결함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포함한 채 유지되는 구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Baram〉은 회화를 처음 시작하던 시기의 습작에서 출발했다. 방바닥에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던 습작에서 바람의 형태를 발견했고, 회화에 대한 불안과 불완전함이었던 그것들을 캔버스 안에 배열하면서 하나의 구조로 만들었다. 이후 〈Baram〉은 보이지 않는 불안정한 바람을 다양한 형태와 색으로 화면에 옮기며, 삶에서 마주하는 역경과 풍파를 순화하고 앞으로 맞이할 바람이 복풍이기를 바라는 작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재료와 형식, 각각의 작업이 향하는 의미는 다르지만, 나의 작업은 대상이 이미 가지고 있는 성질에서 출발한다. 나는 그것을 지우기보다 관찰하고 받아들이며, 그 성질이 유지된 채 새로운 구조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