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을 지우는 것은, 정체성을 지우는 것이다.


버려지고 외면받지만 선명한 존재감을 가진 대상들이 있다. 제재목을 자르면 버려지는 마구리면, 방에 널브러진 습작지들처럼, 흔히 버려지거나 재료로 사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나의 작업은 그런 대상들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 대상의 물성을 관찰하고, 작업 안에서 어떤 의미로 확장될 수 있는지 살핀다. 발견된 고유한 성질은 지워야 할 결함이 아니라, 그 대상의 정체성이다. 그리고 그 정체성은 그 대상의 존재감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정체성을 지우지 않고 드러낸다. 필요한 요소를 더하거나 쌓고 배열해, 그 성질이 사라지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Kiwa〉에서는 갈라지고 깨지기 쉬운 마구리면 조각들이 적층되고 나열되어 하나의 형태가 되었고, 〈Baram〉에서는 방 안에 널브러져 있던 습작지에 새겨진 비정형적 형태가 불규칙하게 배열되었다. 두 작업은 그 성질이 불완전함이라는 점에서 닮았지만, 서로 다른 불완전함을 구조 안에 남겨두는 태도는 같다. 또 다른 존재감이 내 눈에 들어오기를 기다린다.